[스크랩] 山 山 산에 오르니 하늘이 거기에 있었다 삼신할머니가 푸른 점을 찍은 후로 잘한 것은 내 탓이요 못한 것은 남을 탓한 나의 지난날에 하늘은 말이 없었다 살아가면서 너는 틀렸고 나는 옳다는 생각을 이제는 아니 하고 살고 싶다. 서천/ 이 장 열 시와 수필 감상 2010.03.02
[스크랩] 소나무 소나무 산을 오르다가 보니 비탈진 언덕에 허리가 몹시 굽은 소나무가 있었다 인정머리 없는 바위틈에서 한 모금의 물과 한 조각의 빵을 구하려고 몸부림하던 지난날의 그림자가 그의 어깨에 묻어 있었다 그러나 고달픈 운명이라고 말을 하지는 마라 삶이란 길흉화복 새옹지마의 다리를 혼자서 건너.. 시와 수필 감상 2010.03.02
[스크랩] 동심초 동심초 하얀 낮 달이 곱던 겨울날 오후 코 묻은 소매가 반짝이는 아이들이 있었다 가위 바위 보 임금님 놀이에 해지는 줄 모르는 비둘기들이 있었다 비둘기 떼는 오늘도 정답건만 뉘였뉘였 반평생이 꺾어졌다 가버린 그 시절로 돌아 갈 수 없어 그리운 동심이 꺾어졌다. 서천/ 이 장 열 시와 수필 감상 2010.03.02
[스크랩] 소년의 이야기 소년의 이야기 겨울 밤이 길기만 하니 화롯불에 군밤 대신 옛이야기 하나 들어 보시렵니까 눈이 많이 내리던 어느 겨울날 오후 사립문 밖에서 손을 호호 불며 어머니를 기다리는 아이가 있었지요 솔직히 말하자면 장에 가신 어머니의 손을 기다렸던 거죠 길이 미끄러우나 걱정은 커녕 오로지 사탕만 .. 시와 수필 감상 2010.03.02
[스크랩] 미운 오리 새끼 미운 오리 새끼 내 속에는 미운 오리 새끼가 산다 가라 해도 아니 가고 가관이다 어느 날 멱살을 움키면 그게 바로 너야 라고 대답을 하겠지요. 서천/ 이 장 열 시와 수필 감상 2010.03.02
[스크랩] 경포대에서 경포대에서 거대한 육체가 타오르며 어둠의 바다를 뚫고 불끈 솟는다 자신을 태우고도 이루지 못한 일이 있어 왔느냐고 묻는다 부끄러워 고개를 접으니 모래톱에서 파도가 하얗게 웃는다. 경인년 첫날/ 서천 시와 수필 감상 2010.03.02
[스크랩] 冬 木 冬 木 양지에서 언 몸을 녹이는 이가 있다 어젯밤에는 매서운 칼바람을 미워도 했으리 그러나 엄동이 가면 너는 생명의 잎사귀로 위로를 받겠지만 나는 그럴 기약도 없이 나이테만 훔친 도적이 되고 말았구나 어찌해야 부끄러움이 없고 어떻게 살아야 진정한 삶인지 알 수 없는 미련함이 나의 숙명인.. 시와 수필 감상 2010.03.02
[스크랩] 가로수의 꿈 가로수의 꿈 헐벗은 이가 겨울 찬비를 맞으며 거리에서 떨고 있다 부푼 꿈을 안고 정든 고향을 떠나 왔으련만 척박한 거리의 우산도 없는 육신이 되고 말았구나 그러나 너무 슬퍼는 마라 삶이란 척박함 속에서 마음의 진주를 캐는 것 쓰다 달다 세상을 탓할 일만은 아닌 것 같더라. 서천/ 이 장 열 시와 수필 감상 2009.12.29
[스크랩] 사모곡 사모곡 하얀 꽃송이가 하늘을 덮고 있다 위쪽 나라에 흐드러지게 피었던 벚꽃이 때가 되어 떨어지고 있나 보다 빛이 있던 날 삼신 할머니가 실수로 생각을 주시어 때로는 힘이 들고 지치지만 하얀 꽃 한 송이에 가난했던 아낙의 초라한 무명 적삼과 하얀 꽃 두 송이에 여러 자식 키우느라 나무껍질이 .. 시와 수필 감상 2009.12.29
[스크랩] 바람의 계절 바람의 계절 낯익은 이가 12월의 나뭇가지에서 소맷자락을 소리없이 적시고 있다 한 해가 속절없이 꺾인다고 아쉬워서 그러는 거니 바람아! 꼭꼭 접어 간직했던 하얀 손수건을 꺼내어 눈물을 닦으렴 너와 나 장난삼아 발가벗고 이 세상에 와서 때로는 작은 기쁨에 웃었고 때로는 모두를 잃은 듯이 울.. 시와 수필 감상 2009.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