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심부름하는 것은 일과였다
농부께서는 주막집 술은 마다하시고
양조장으로 심부름을 보냈다
운수 좋은 날은
거스름돈이 심부름값 이기에
형이나 동생한테 빼앗길세라
수업이 끝나기가 무섭게 뛰어오곤 하였다
양조장에서 대두 병에 술을 사서
집으로 올 때
구수한 술 냄새의 손짓에
소년은 인내심의 한계를 넘어
보릿짚을 술병에 담그고 만다
한 모금의 유혹을 버리기란 처음부터
불가능 했는지도 모른다
한 입 쭉 빨면 행복감이 밀려온다
그러나 어찌하랴
좁은 병목이 원망스러웠으니
소년은 걱정된다
눈에 띄게 줄어 버렸으나
방법은 있었다
소년의 집 앞에 샘이 있으니
술을 드시며 농부님께서 말씀 하시기를
주막집 술은 물을 타서 맛이 없다고
양조장 술이 역시 제맛이라고
농부님 죄송했습니다
저~. 셋째가 탔거든요
이제는 좋은 술 사드릴 수 있고
뻐꾸기 우는 계절도 돌아 왔건만
오실 기약조차 없으시니
오늘따라 농부가 밉다
글/ 이 장 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