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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축구]'W(월드컵)세대'의 통쾌한 세계 제패

관악산☆ 2010. 9. 27. 13:05
  • 김동석 기자 ds-kim@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입력 : 2010.09.27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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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부터 체계적 훈련… 8년만에 U-17 여자 월드컵 우승

    한국 여자 축구의 'W(월드컵) 세대'가 마침내 세계를 제패했다. 한국은 26일(한국시각)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열린 17세 이하 월드컵 결승에서 일본과 연장까지 3―3 접전을 벌인 끝에 승부차기에서 5대4로 승리했다.

    FIFA(국제축구연맹) 주최 대회 사상 한국 대표팀의 첫 우승이다. 대회 8골을 기록한 한국의 여민지는 골든 부트(득점왕)와 골든볼(최우수선수)을 휩쓸었다.

    한국에 여자대표팀이 처음 생긴 것은 20년 전인 지난 1990년. 그해 9월 첫 친선 경기에서 한국은 일본에 1대13으로 대패했다. 그랬던 한국 여자축구가 20년 만에 밑바닥에서 정상으로 솟구친 것이다.

     

     

    한국 축구 사상 처음으로 FIFA 주관 대회 우승을 차지한 17세 이하 여자대표 선수들이 시상대 위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환호하고 있다. 꽃가루가 날리는 모습까지 남자 성인 월드컵 대회 우승 시상식과 똑같다. /연합뉴스
    이번 대회 우승의 주역들은 2002년 한일월드컵의 4강 신화를 바라보며 자란 월드컵 세대다. 지난 7월 열린 20세 이하 여자 월드컵에서 예상을 깨고 3위에 올랐던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2002년 이후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 속에서 최초로 축구다운 축구를 하며 성장한 선수들이다. 이들이 초등학교 1, 2학년 때 12세, 13세 등 연령별 대표 시스템이 처음 생겼다.

    선배들은 육상 등 다른 종목 선수로 활동하다가 뒤늦게 축구로 전향하는 일이 잦았지만 이들은 일찌감치 공을 차기 시작했다. 여자축구에 전임 지도자가 배치된 것도 이때가 처음이었다.

    "축구 DNA가 이전 세대와 다르다"는 평가가 그래서 나온다. 어릴 적부터 연령별 국제대회를 통해 경험을 쌓았기에 세계무대에 대한 공포심도 없었다.

    이들은 스스로 축구를 인생의 진로로 택했다. 여민지는 처음에 "골프를 하라"는 부모의 권유도 받았지만 끝내 축구를 고집해 꿈을 이뤘다. 어릴 적 태권도를 하던 미드필더 이소담도 2002년 월드컵을 본 뒤 도복을 벗고 축구화를 신었다.

    이들의 훈련 방식부터 이전과는 판이했다. 최덕주 17세 대표팀 감독은 "윽박지르고 체벌을 가하면 할 것도 못한다. 즐기며 경기해야 창의적인 경기를 할 수 있다"는 대표팀 운영원칙을 갖고 있었다. 이렇게 성장한 선수들은 경기를 즐길 줄 알았다.

    이는 위기에서 주저앉지 않고 역전승을 거두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이번 대회 나이지리아와의 8강전에서 초반 0―2까지 밀리다가 6대5로 드라마같이 역전승했고, 스페인과의 준결승에서도 0―1의 초반 열세를 딛고 2대1 승리를 거뒀다. 일본과의 결승전에서도 1―0으로 앞서다 역전당했지만 기어코 동점을 만들었고, 승부차기에서도 뒤지다가 뒤집는 끈기를 보여줬다. 이전의 한국 남녀 대표팀에서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이용수 세종대 교수는 "이전 세대는 위기가 오면 지레 겁먹고 스스로 주저앉았지만 이들은 다르다. 위기를 즐기고, 스스로 잠재력을 폭발시킬 능력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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