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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상]피겨의 전설 김연아 - 역사에 남을 가장 위대한 연기

관악산☆ 2010. 2. 27. 11:26
  • 정세영 기자 jungse@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입력 : 2010.02.27 03:07

    세계를 홀린 4분9초
    기본 10점 '명품점프' 후 날개 돋친듯 연속 점프… 가산점만 17.4점 쏟아져

    피땀이 만든 주름… 김연아의 실제 사이즈 발 모형 이 작은 발에서 세계를 홀린 마법의 연기가 나왔다. 딱딱한 피겨 부츠를 오래 신은 탓인지 김연아의 오른발 새끼발가락은 약간 발바닥 쪽으로 말려들어가 있었다. 사진은 김연아 풋 프린트 모양을 본뜬 금형을 실물 크기 그대로 촬영한 것이다. 김연아는 지난 2007년 현대카드 수퍼매치 피겨스케이팅 갈라쇼를 앞두고 이 풋 프린트를 찍었다. 이 금형으로 측정한 김연아의 발 길이는 220㎜였다./현대카드 제공
    26일 오후 1시 21분(한국시각). 파란 드레스를 곱게 입은 김연아가 은반 위에 들어섰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프리 스케이팅의 21번째 선수였다. 경기장을 가볍게 한 바퀴 돌며 숨을 고른 김연아는 링크 중앙에 서서 양팔을 벌리고 시선을 하늘로 향했다. 연기를 펼칠 준비가 됐다는 신호였다. 곧 배경음악인 '피아노 협주곡 F장조(조지 거쉰 작곡)'의 선율이 흘러나왔다. 김연아가 매혹적인 은반의 요정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요정의 마법 같은 연기가 4분9초 동안 펼쳐졌다.

    화려했던 명품 '비행'

    김연아의 첫 번째 연기는 3회전 연속 점프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기본점수 10점)'이었다. 이날 프리 스케이팅에서 기본점수 10점 이상의 점프를 시도한 선수가 김연아 외엔 아무도 없을 정도로 고난도 과제였다. 하지만 김연아에겐 시작부터 경쟁자들의 기를 죽일 수 있는 '명품 점프'였고, 김연아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물 흐르듯 부드럽게 두 번의 점프를 완성했다. 미국의 피겨 전설인 미셸 콴이 "역대 올림픽에서 여자 선수가 구사했던 '3회전+3회전 점프' 중 가장 수준이 높았다"고 찬사를 보낼 만했다.

    김연아에겐 날개가 돋은 듯했다. 약 20초 뒤 이어진 3회전 단독점프인 '트리플 플립'도 완벽했다. 종전 프리 스케이팅 최고 점수(133.95점)를 세웠던 '에릭 봉파르(2009년 10월)' 대회에서 실수로 0점을 받았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12개 과제 중 유일한 3연속 점프(2회전 반+2회전+2회전)인 '더블 악셀·더블 토루프·더블 루프 콤비네이션'에서도 김연아는 오른손을 높이 들며 마지막 점프를 장식해 관객의 혼을 빼놓았다.

    김연아는 이날 연기 시작 2분 후부터 총 7번 중 4번의 점프를 뛰었다. 선수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2분 후 점프 연기엔 기본점수에 '시간 보너스' 10%가 붙는다. 하지만 이미 날개를 펼친 김연아는 2회전 반+3회전 연속 점프인 '더블 악셀·트리플 토루프'부터 3번의 단독 3회전 점프에서도 전혀 흐트러지지 않았다. 김연아는 이날 12개 과제에서 주심이 재량껏 주는 가산점(-3~+3점)을 17.4점 챙겼다. 완벽했단 뜻이었다.

    '유나 스핀(Yu-na spin)'

    요정처럼 하늘을 날았던 김연아는 은반 위에 내려앉아서도 그만의 '대표상품'으로 라이벌을 압도했다. 점프하며 회전해 그 힘으로 빙판 위에서도 회전을 이어가는 '플라잉 콤비네이션 스핀' 속엔 김연아의 이름을 딴 '유나 스핀'이 있다. 상체를 뒤로 젖히면서 다리를 뒤에서 잡고 회전을 마무리하는 것이 바로 '유나 스핀'이다.

    한쪽 다리를 들고 빙판을 활주하는 '스파이럴 시퀀스'는 물론 경기를 마무리하는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발을 바꿔가며 회전하는 동작)'에서도 김연아의 모습은 뭔가 달랐다. 신이 내린 '황금 몸매'를 가진 김연아의 긴 팔·다리는 작은 손짓 하나도 더욱 우아해 보이게 만들었다. 이날 예술성으로 평가되는 김연아의 구성점수(PCS)는 무려 71.76점. 자신의 역대 최고 기록이었던 68.40점을 3.36점이나 넘어선 것이었다. 김연아는 기술과 예술, 모든 면에서 완벽했던 요정이었다.

    밴쿠버올림픽 최대 라이벌 대결은 김연아(오른쪽)의 완승으로 끝났다. 금메달을 목에 건 김연아는 시상대에서 기쁨의 눈물을 닦았고, 아사다 마오는 굳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