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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에서 사용하는 ‘방장(方丈)’의 뜻과 유래는?

관악산☆ 2010. 5. 20. 15:05

김한수 문화부 종교담당 기자 hansu@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입력 : 2010.05.19 23:11

 

Q: 17일자 A33면 '조선인터뷰' 를 보면 '수덕사 방장(方丈)’ 이란 용어가 나옵니다. 불교에선 '방장' '조실(祖室)' 등의 용어를 사용하는데 무슨 뜻인지, 어디서 유래한 말인지 궁금합니다.

서울시 서초구 독자 천ㅇㅇ씨

 

A: ‘방장(方丈)’은 현재 한국 불교에서 초대형 사찰, 즉 총림(叢林)의 가장 높은 어른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총림은 참선 수행을 전문으로 하는 선원(禪院), 불교 경전을 교육하는 강원(講院), 계율을 연구하고 교육하는 율원(律院)을 두루 갖춘 사찰을 말합니다.


방장이란 용어의 유래에 대해서는 유마 거사 설화가 많이 거론됩니다. 고려대장경연구소의 ‘불교용어사전’에 따르면 ‘사방(四方)으로 1장(丈) 즉 (가로 세로) 약 3m 넓이의 방. 선종의 사원에서 장로나 주지의 거처. 선종 사원의 주지. 유마(維摩) 거사가 거처하는 방이 사방으로 1장이었다는 고사에 유래한 말’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부처님 시대의 유명한 재가(在家) 불자였던 유마 거사가 병이 나자 3만2000명이 문병을 왔는데 유마 거사는 이들을 모두 사방 1장(丈)짜리 자신의 거처에 자리하게 했다고 합니다. 조계종 교육원 불학연구소장 원철 스님은 "당시 작고 소박한 방에 수많은 사람이 들어가도 모자라지 않았다는 설화에서 '모두를 포용할 수 있는 방이나 그만한 수행력을 갖춘 스승'을 뜻하는 용어로 굳어진 것 같다"고 설명합니다. 즉, 사방 3m짜리 방에 물리적으로 3만2000명이 앉을 수 없다는 점에서 방장은 단순히 사방 1장의 의미보다는 법력(法力)과 도력(道力)이 특출한 어른 스님을 가리키는 용어로 쓰이게 됐다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해인사<사진>(해인사 방장의 거처인 퇴설당)·통도사·송광사·수덕사·백양사 등 5개 사찰이 총림으로 지정돼 다섯 분의 방장이 있습니다. 중국 불교에서는 단순히 ‘주지’의 의미로 ‘방장’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방장과 비슷한 용어가 ‘조실(祖室)’입니다. 문자대로의 뜻은 ‘조사(祖師)의 방’이지만, 보통 ‘선종의 사원에서 참선을 지도하는 큰스님. 스승의 실내에 들어가 비로소 선의 오묘한 경지를 체득한다는 데서 비롯된 용어’(불교용어사전) ‘선원의 가장 높은 승려’(시공불교사전) 등으로 풀이합니다. 선원·강원·율원이 모두 갖춰진 사찰의 최고 어른이 방장이라면, 선원만 있는 경우의 가장 높은 어른이 조실입니다. 그래서 조실은 선(禪) 수행의 높은 경험과 연륜으로 후배 수행자들을 지도하는 선원 내의 정신적 지도자이며, 그 선원의 선풍(禪風)을 대표하는 스님입니다.

최근 불교계에서는 ‘회주(會主)’라는 용어도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법회를 주관하는 법사’라는 뜻으로, 방장이나 조실을 모시지 않는 사찰에서 어른 스님을 가리킵니다. 지난 3월 입적한 법정 스님도 2003년까지 길상사와 시민단체 ‘맑고 향기롭게’의 회주를 맡은 바 있습니다.

사찰에서 주지가 행정 책임자라면, 방장·조실·회주는 정신적인 최고 지도자입니다. 그래서 주지는 임기가 4년이지만, 방장·조실·회주는 한 번 추대되면 종신인 경우가 많습니다.

김한수 문화부 종교담당 기자 hansu@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