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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교조(敎祖) 석가모니의 국적(國籍)은 어느 나라인가?

관악산☆ 2010. 5. 7. 10:12

김한수 hansu@chosun.com

입력 : 2010.05.06 23:07 / 수정 : 2010.05.06 23:17

 

김한수 문화부 종교담당기자 hansu@chosun.com

Q: 불교의 교조(敎祖) 석가모니의 국적(國籍)은 어느 나라인가?

 

조선일보의 기획 기사 '부처의 길을 따라 100일 동안 걷다'를 잘 읽고 있습니다. 부처는 출생지가 네팔의 룸비니로 알고 있었는데, 얼마 전 어떤 기록을 보니 이 룸비니란 곳이 과거 한때는 인도 땅이었다는 내용을 보았습니다. 석가모니 출생 당시의 정확한 국명, 즉 그가 출생 시 어느 나라 사람이었는지를 알고 싶습니다.

 

A: 부처가 태어난 곳은 현재의 네팔지역에 있던 부족국가 카필라국,

출가 후엔 현재의 인도지역에서 대부분의 생애 보내고 입적(入寂)

 

부처의 탄생지인 룸비니, 성장한 곳인 카필라성(城) 등은 모두 현재 네팔의 영토입니다. 부처는 어머니인 마야왕비가 출산을 위해 친정으로 가던 길에 룸비니 동산에서 태어났습니다. 출생과 성장한 곳의 위치를 현재의 국경 개념에서 보면 부처는 ‘네팔 국적’인 셈이지요. 그렇지만 29세 때 왕궁을 나와 구도(求道)의 길에 나선 이후 부처는 현재의 인도 영토에서 대부분의 생애를 보냈고 80세에 열반에 든 곳 역시 현재의 인도 영토인 쿠시나가르입니다. 이 때문에 ‘부처의 국적은 네팔인가? 인도인가?’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학계에서는 “근대 이후의 국가 개념을 기준으로 부처님의 국적을 따지는 것은 곤란하다”(동국대 고영섭 교수)고 말합니다.
기원전 6세기 부처 시대에 히말라야 산맥 남쪽 인도대륙에는 16개의 크고 작은 나라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 중 마가다국(國)과 코살라국(國) 등이 강국(强國)이었습니다. 부처가 태자로 태어난 카필라국은 이 열여섯 나라에 끼지 못할 정도로 작고 약했습니다. 카필라국은 강국인 코살라국의 침략 위협을 여러 차례 받았고 결국 부처 생존 시에 코살라국에 의해 멸망했습니다.

인도대륙에서 통일왕조가 최초로 등장한 것은 BC 317년 찬드라 굽타가 세운 마가다국의 제3왕조인 마우리아왕조였습니다. 알렉산더 대왕의 동방원정군이 인도에서 물러난 후 세워진 마우리아왕조는 현재의 네팔 지역을 포함해 인도대륙 대부분을 장악했습니다. 당연히 룸비니와 카필라성도 마우리아 왕조의 영토에 포함됐습니다.
찬드라 굽타의 손자인 아소카왕은 마우리아왕조의 대표적인 군주입니다. 한자로는 아육왕(阿育王)으로 표기되는 아소카왕은 활발한 정복활동을 벌였고 불교에 입문한 후에는 불법(佛法)에 의한 이상 정치를 폈습니다. 그는 자신의 왕국을 순례하면서 부처의 유적지와 성지에 거대한 돌기둥<사진>을 세우고 부처의 가르침을 전했습니다. 그는 인도 동북부 지역에서 발생한 불교를 인도 전역과 이웃 나라에 전파하고 세계화했다는 점에서 기독교를 공인한 로마의 콘스탄티누스 황제에 비견됩니다. 크고 작은 여러 왕조가 명멸하던 네팔 지역은 18세기 후반 통일왕조가 만들어진 후 지난 2008년 공화제로 바뀌었고, 인도는 영국의 식민지를 거쳐 1947년 독립했습니다.
중앙승가대 교수 미산 스님은 “엄격히 말하면 부처님은 ‘현재의 네팔 지역에 있던 카필라국 국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인도 최초의 통일왕조인 마우리아 왕조에 의해 부처님과 불교가 널리 알려졌다는 점에서 인도 출신이라고 할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